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 1년 새 43% 줄었다. IT·통신은 67% 급감.

AI를 잘 쓰는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는데, 정작 싸울 자리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


시장은 이미 차갑다

2021년은 개발자 품귀 시대였다. 판교 IT업체의 72.3%가 개발자 구인이 “매우 어렵다”고 답했고, 당시 부족한 개발자 인력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됐다. 네이버 혼자 838명을 신규 채용했다.

그 시절이 부트캠프 붐을 만들었다. 전공과 무관하게 수백만 원짜리 코딩 교육 과정이 생겨났고, 정부 지원 K-Digital Training까지 더해지면서 개발자 지망생이 대거 시장에 쏟아졌다.

공급이 늘어나는 동안 수요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3년 상반기 IT 채용 공고 수는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원자 수는 47% 증가했다. 공고는 줄었고, 사람은 넘쳤다.

대기업도 문을 닫았다. 네이버 신규 채용은 2021년 838명에서 2023년 231명으로 3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타트업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11조 1,404억원이었던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023년 5조 3,388억원으로 52% 반토막 났다.

시리즈 B, C 단계 투자는 23건에서 9건으로 줄었다. 전에는 다음 라운드를 받았을 기업들이 그 단계에서 멈췄다.

이직 시장에 풀린 개발자들이 예전에는 거들떠보지 않았을 작은 공고 하나에 300명, 500명씩 지원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경력자도 차가운 시장에서 신입은 더 심각하다.


AI가 신입부터 먼저 밀어냈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직 채용 공고에서 신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3.5%에서 2024년 37.4%로 2년 새 16%p 급감했다.

2025년 기준 IT·스타트업 업계의 신입 채용 비중은 2021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가 다시 활성화돼도 주니어 채용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같은 기간 다른 직무의 감소폭이 5-11%p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유독 가파른 하락이다.

IDC 조사에서 한국 기업의 61%가 초급 인력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일수록 이 경향이 뚜렷하다.

구조는 단순하다. AI를 쓸 줄 아는 경력직 한 명이 신입 여러 명의 역할을 커버할 수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공고를 낼 이유가 없다. 교육 비용도, 적응 기간도 필요 없다. 채용 공고 자체가 줄어드는 게 먼저다.

이 상황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AI를 더 잘 쓰는 사람과 싸워야 한다.” 말은 맞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AI를 잘 쓴다”는 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AI를 잘 쓴다는 게 무엇인가.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것인가. 오케스트레이션이나 하네스를 구성하는 것인가. 어떤 AI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지 정성적인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더 심각하다.

서류에 “어떤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성했다”고 쓴다고 해서, 그게 진짜 실력인지 그냥 Claude에게 시킨 건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

어떤 기술적 고민을 했는지 설명해도 마찬가지다. AI가 나온 이상, 경험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린다.

신입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력직도 이력서에 적은 내용이 본인 실력인지, AI 보조를 받은 결과인지 외부에서는 검증할 방법이 없어졌다.

채용하는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AI를 더 잘 쓰는 사람과 싸워야 한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맞다.

하지만 누가 AI를 더 잘 쓰는 사람인지 서류 단계에서는 판단할 수가 없다.

이 말은 결국 채용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자에게 알아서 증명하라고 미루는 것에 가깝다.


자격증이 그나마 유일한 외부 검증이 된다

누구나 말 몇 마디로 인프라를 세팅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아무나 인프라를 설계하는 돈을 받는 건 아니다. “딸깍”으로 세팅한 사람을 뽑겠다는 회사는 없다.

자격증이 증명하는 건 “딸깍”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이 딸깍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다”는 거다.

EKS와 EC2 중 어떤 걸 언제 써야 하는지, 비용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Redis 어디서 병목과 초과연결이 생기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외부의 검증이다.

이력서에 DVA-C02가 있으면 채용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게 있다. “AI 돌렸겠지”라는 의심이 “진짜 공부는 했겠구나”로 바뀌는 여지가 생긴다. 완벽한 증명이 아니더라도, 신뢰의 기준점이 된다.

포트폴리오도, 프로젝트 설명도 더 이상 확실한 검증이 되지 않는 시대에, 외부 기관이 출제하고 채점한 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남아 있는 객관적 지표다.

AI가 시험장 안까지 들어오지는 못한다.


지금이 ROI가 가장 높은 이유

자격증이 취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지금 이 시장에서 서류 통과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게 프로젝트 열 개를 만드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빠른 수단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지금은 AI가 모든 걸 대체하지는 않은 과도기다.

기업들은 AI를 도입하면서도 검증된 사람을 원하고, 그 검증 기준으로 자격증의 무게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AI가 모든 걸 완전히 대체하고 나면, 자격증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채용 공고가 줄고, 지원자가 넘치고, 경험을 믿기 어려운 시대에 서류 한 장에서 차별점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자격증이다. 이게 AI 시대에도 자격증이 필요한 이유다.